카피 잘쓰는 이야기_ 9. 패러디는 새로운 창작의 힘! 세상 모든 좋은 것을 훔쳐라!
오늘은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영화관 데이트를 하고 왔습니다.서울의 봄과 함께 요즘 핫이슈로 떠오른 영화 파묘를 보고
왔는데요. 파묘가 오컬트라 해서 살짝 쫄아서 봤는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김선영 배우님 등등 빈틈없는 연기력과 장제현 감독의 연출력에 감동해 그냥 넋놓고 봤네요. 그냥 오컬트영화가 아니라 친일파 척결을 위한 항일 코드가 숨어져 있는 아주 훌륭한 영화랍니다. 시간 되시면 꼭들 가서 보시는 걸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자, 그럼 오늘도 카피좀쓰는비결, 카피 책 제9항 도둑질을 권장함, 경찰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를 리뷰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4년 4월 16일
아주 큰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지금까지 책임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도 없고 진상규명 또한 못 하고 있는데요. 국민들이 기억해서 서서히 잊히고 있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며칠 앞둔 정철 선생님께는 병원서 건강검진 겸 시력검사를 받으시다. 무릎을 '탁' 치는 기발한 패러디 광고를 만들어내셨습니다.
Copy>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지만 관심은 침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단 비주얼 참조)
시력표를 훔친 포스터였지만 경찰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패러디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기발함 덕분에 소비자에게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이 포스터는 당시 온라인에서 적지 않은 반항을 낳았고. 언론은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네요. 이를 대형 현수막으로 출력해 건물 외벽에 붙이기도 했다 하니. 마음 아픈 참사이니만큼 패러디메시지가 꽤 강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훔치(패러디)십시오. 법전, 역사, 문학, 노래, 책, 연극, 영화, 전설, 속담, 격언, 논문, 개그, 드라마, 만화, 뉴스, 광고, 그림, 사진, 조각, 화장실에 붙은 낙서도 좋습니다. 카피라이터분들에겐 세상 모든 것은 창조적 재료입니다. 남모르게 외국 광고를 베끼면 표절이지만 드러내놓고 유명 영화를 베끼면 그건 패러디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됩니다.
다음 예시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광고문구 패러디입니다
Copy> 여보, 중랑구청에 박종수 들여봐야겠어요.
길거리 현수막에 이런 카피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로 유명한 경동보일러 카피를 패러디한 현수막입니다. 익숙한 내용에 박종수 씨가 들어가 있으니. 왠지 더 눈길도 가고 궁금해집니다.총선이나 지방선거 광고는 수많은 후보가 한꺼번에 얼굴을 내밉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으면 후보 이름조차 기억시키기 힘들겠죠. 그런데 이런 패러디 카피 한방이면. 다른 후보들 메시지 보다는 기억하기 쉬울 겁니다. '중랑을 발전시킬 새로운 일꾼' 뭐 이런 카피라면 누군지도 기억조차 못할 것입니다. 박종수 후보에게 카피를 도둑맞은 경동보일러는
경찰에 신고했을까요? 하하 경동보일러가 그리 쩨쩨한 기업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경동보일러를 한 번 더 환기하게 시켜주었으니 오히려 고마워했을 겁니다. 소비자는 무인도에 따로 살지 않습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것에 제품을 갖다 붙이십시오. 인기, 유행, 관심을 훔쳐 쓰십시오. 이슈에서 멀어지면 그 광고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전 삼양라면도 패러디를 욕심냈습니다. 당시엔 홍콩 영화가 꽤 인기 있었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특히 왕가위 감독을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경삼림'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주인공은 양조위. 혼자 사는 그는 집에 돌아오면 집을 지키던 물건과 대화합니다. 비누에 묻습니다. '너 왜 이렇게 말랐니?' 물을 뚝뚝 흘리는 수건에겐 '울지마. 기운 내' 독신들은
그의 화법에 공감했습네다. 삼양라면은 그 장면을 패러디하기로 했습니다.
Copy> 뜨겁지? 참아, 그게 니 운명이야. 대신 내가 너 하나만 좋아하잖아. 뭐가 그렇게 맛있냐고?
맛있는 건 설명하는 게 아냐?
소비자는 무인도에 따로 살지 않습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것에 제품을 갖게 붙이십시오. 인기, 유행, 관심을 훔쳐 오십시오. 여러분도 기억나는 패러디광고 하나쯤은 있으시죠? 저는 스카이 휴대전화 광고를 패러디한 왕 뚜껑 광고가 꽤 오래 기억납니다. 무도회장 중앙으로 멋지게 춤을 추며 들어오는 남자 홀로 서서 쓸쓸히 서 있는 여자 모델을 발견하고 여자를 향해
춤을 추며 다가섭니다. 그리고 잠시 뒤 이어폰 한쪽을 들춰 보이며 '같이 들을래' 라는 유명 카피와 함께 스카이 광고가
끝나죠? 꽤 인기 있던 광고인데 기억나시나요? 안 나신다고요. 그럼 혹시 이 광고문구는 기억나시나요?
'같이 뚜껑 열까?'라고 무도회장 장면을 연출하고 혼자 쓸쓸히 벽에 있는 모델 현영(당시 신인)에게 남자배우가 왕뚜껑을 들고 같이 먹자는 작업 멘트를 '같이 뚜껑 열까'라고 스카이 휴대전화 패러디를 해. 당시 젊은이들한테 왕 뚜껑의 인기와
함께 매출도 껑충 뛰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스카이 핸드폰 회사에서 경찰에 신고했냐고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오히려 스카이폰 매출까지 다시 한번 뛰어올라서
고맙다며 인사까지 챙겼다는 후문입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재기발랄하게 써보십시오. SNS와 AI까지 더 풍요로워진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가장 강력하게 기억시키는 방법중 하나가 바로 패러디입니다. 카피를 잘쓰고
싶다면 세상과 사람을 그리고 이슈를 관찰하고 모방하고 패러디하십시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서점에서 카피 책을 구매해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카피책 제10항 어깨에서 힘 빼기를 리뷰해 드리겠습니다.*카피책 리뷰는 저자의 책 내용을 리뷰에 맞게 조금씩 편집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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