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잘쓰는 이야기_ 12. 단정의 힘! 딱 잘라 말해라
삼일절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겨울의 시샘 덕분에 일교차가 좀 크긴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는 점심때가 되면 '이제 곧 가요.~' 라고 봄이 들리는 듯싶습니다. 오늘은 카피 책 제12항 단정의 힘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Copy>라면은 농심이 맛있습니다.
라면 카피 중에 아닌 제품 광고 제품 광고 문구 중에 이만큼 선명한 카피도 드물 것입니다. 분명한 태도로 딱 잘라 말하는 것, 바로 단정입니다. 다른 라면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일축해 버립니다.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카피라이터는 때론 이렇게 자신감이 넘칠 필요가 있습니다. 너희가 몰랐던 그것 내가 알려주마! 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카피,물론 이것은 소비자의 공감이 받쳐줬을 때 더 확실한 방법입니다. 단정의 카피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근거 없는 주장은 공염불. 즉 자기주장에 불가합니다. 근거도 없이 주장만 하면 공감은 커녕. 상표 인지도만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농심 정도의 일등 브랜드나 소비자가 어느 정도 브랜드 경험을 한 브랜드 광고일 때 브랜드 간 시장경쟁이 뜨거울 때 더 공감이 가는 카피일 것입니다. 카피라이터에겐 주장하기 전에 공감을 찾아내는 통찰력과 그 공감의 끝을 잡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이 카피라이터의 첫 번째 능력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필요할 땐 카피라이터 스스로가 결론을 내려 소비자의 손에 그것을 쥐여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챔피언은 바뀐다
다음 예시와 같은 말입니다. 공감과 동의 위에 단정을 한번은 국산 골프클럽 카피를 쓴 적이 있습니다. '차드'라는 새로운
브랜드였습니다. 당시 상대는 막강했습니다.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나이키, 미즈노, 이들을 상대로 나 잘났다고 우기는 건 웃기는 일이었습니다. 내 자리가 어디인지 살피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도전을 이야기했습니다. 야심이 큰 도전, 그때도 저자는 이렇게 단정했습니다. Copy> 챔피언은 바뀐다. 지금은 내가 보잘것없지만 이제 곧 너희 모두를 누르고 챔피언이 될 거라는 선언 같은 슬로건이었습니다. 여기에서의 단정은 각오이자 자신감일 것입니다.
Copy> 5월은 노무현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그해 겨울 노무현재단이 설립됩니다. 해가 바뀌어 다시 5월,
재단은 정철 선생님에게 노무현재단 1주기 슬로건을 부탁했습니다. 그분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많은 사람 국화 한송이
들고 조용히 그분을 그리워할 그들 앞에 놓일 카피였습니다. 억울한 그분의 죽음 앞에 둘 분을 드러낸 슬로건, 슬픔을 안아주는 슬로건, 아픔을 공유하는 슬로건이 나올 수 있었지만 내민 카피는 단정이었습니다. 단정 지어진 이 카피 속에 그분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게 보입니다. 그립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보고픕니다. 영면하십시오. 등등 하지만 유난히 기억해야 할 게 많은 5월엔 이 카피만큼 강하고 확실한 카피는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민 리더셨던 이분을 그리는 단정된 이 슬로건은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기에 1주기, 10주기를 넘어 100주기가 되어도 우리 곁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카피를 쓰십시오. 단정의 힘은 강합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선거광고 카피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2010년 봄, 이명박 대통령 당시 지방선거가 있을 때 나온 카피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 정치권력자들은 여전히 변한 게 없어 들어보시면 아마도 요즘 분들도 크게 공감하실 내용입니다. 여기 평범한 국민 '한민주' 씨가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는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화가 나 있습니다. 권력의 일방통행과 역주행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로 그들을 심판하려면 투표소에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민주 씨는 지금 갈등하고 있습니다. 좌뇌는 '투표한다고 뭐가 바뀔까?' 우뇌는 '지금 권력은 통제 불능 상태...
투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입니다. 갈등을 끝내게 하는 방법은 뭘까요?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견제하려면
한민주 씨와 같은 국민 투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는 겁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copy>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
투표가 대통령을 이긴다는 뜻입니다. '내가 투표한다고 달라질까?' 하는 생각을 단호하게 야단치는 카피입니다. 단정입니다. 함께 사용할 서브 카피 역시 단정이었습니다. '6월2일 이날 하루만은 당신이 대통령보다 힘이 셉니다! 인기 없는 야당을 대신해 국민이 싸워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심정은 호소였지만 표현은 단정이었습니다. 정치광고는 힘이 느껴져야 합니다. 희망이 만져져야 합니다. 단정으로 의심을 차단하고 희망을 보여줘야 합니다. 14년 전 카피였지만 왠지 요즘 상황과도
너무나 잘 맞는 카피 아닌가요? 바로 또 써도 될 만큼 힘 있고 공감이 가는 카피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렇게 써보십시오.
통찰력(인사이트)을 통해 소비자를 관찰하고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바로 이런 단정의 카피가
나옵니다. 글 잘 쓰는 카피 작법을 넘어 모두가 행복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번꼭 투표 잘하십시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카피책 제13항, 제품을 향해 달려가는 광고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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