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잘쓰는 이야기_ 17. 그들의 언어(소비자언어)를 써라!
3월, 첫 주 새로운 시작들은 잘하고 계시는가요? 봄은 새출발의 시작이자 설렘의 시작이라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오늘입니다. 자 그럼, 오늘도 카피좀쓰는 비결, 카피책 17번째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앞글에도 언급해 드렸지만 정 카피님은 정치 쪽 선거광고 카피도 많이 쓰셨던 분이라 오늘도 선거광고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예전 텔레비전 토론 후보자로 잘 알려진 정범구 씨가 충청도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토론 따위 큰 관심 없는 충정도 어르신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우선은 이름을 알려야 했기에 슬로건에 정범구라는 이름을 넣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의 숙제는 친근감, 내 사람이라는 느낌, 그는 지적이고 똑똑한 이미지지만 시골에선 그게 꼭 장점이 아녔습니다. 오히려 거리감 있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내 고향이 낳은 똑똑한 양반이라는 사실만큼 나와 똑같은 털털한 충청도 양반이라는 사실도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표준말 대신 정겨운 충정도 사투리를 안겼습니다.
Copy> 그려, 정범구여!
이 구수한 사투리 한 줄이 그의 슬로건이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이름을 집어넣었으며, 모처럼 고향에서
똑똑한 후보가 나왔으니 잘 좀 부탁드린다는 뉘앙스를 담았습니다. 이른바 대세를 잡아가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 슬로건의 가장 큰 건더기는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들 귀에 들리는 말을 했다는 점입니다. 충청도 사투리로 후보와 유권자간 거리를 좁혀 내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카피라이터는 말을 채집하는 사람입니다.
무조건 새로운 말, 기발한 말,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을 채집하는 게 아니라 타깃에 맞는 말, 타깃이 쓰는 말, 타깃이 좋아하는 말을 채집하는 사람입니다. 초등학생 타깃이면 초등학생이 쓰는 말을 우주인이 타깃이면 우주인이 쓰는 말을 던지며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채집하냐고요?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드라마 배우들이 드라마 배역을 위해 그들 속으로 들어가 조사하고 배우고 익히듯이 해야 합니다. 고등학생에게 말하려면 고등학생으로 들어가 떡볶이, 햄버거 사주며 그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언어습관을 통째로 훔쳐 와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 전문가가 되어 그들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학습지 회사가 돈 싸 들고 달려와 '제발 우리 학습지 카피 좀 써주십시오'라며 조를 것입니다.
어르신들에게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로당으로 가는 겁니다. 하루 종일 박카스 따드리고 어깨 주물러 드리고 노래 한 자락 하며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과 말투를 낱낱이 적어오십시오. 이번엔 보청기 회사에서 당장 만나자는 연락이 올 것입니다. 지방신문에 광고한다면 당신이 아는 그 지방 출신 후배를 불러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대화하는 척하며 그의 사투리와 습관부터 채집하십시오. 내가 자주 쓰는 말이 들릴 때. '이건 내게 하는 이야기야'라고 반응하며 귀가 더 커질것입니다. 단어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단어를 채집해 사용하십시오.프로야구 선수 호주머니를 노리는 광고라면 삼진, 번트, 사이클링 히트, 벤치 클리어링 같은 야구 용어가 보여야 내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것입니다. 정치인 눈길을 끄는 광고라면 여의도, 투표, 당선, 금배지, 불체포특권 같은 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말, 생각, 행동, 습관을 관찰하고 그것에서 생생한 카피를 뽑아내십시오. 공감과 설득력은 커지고
거부감은 줄어들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채집해서 써보십시오. 전달하는 힘이 달라지실 겁니다.
저자는 오래전 주식 투자를 하셨답니다. 얇은 귀 때문인지 재테크에 소질이 없어서인지 다 말아 드셨다고 하네요. 그 후로 주식시장은 쳐다보지도 않았답니다. 하지만 그때 손해가 100퍼센트 손해는 아니었다네요. 덕분에 주식시장을 조금 알았고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도 들렸습니다. 그래서 증권회사 경력사원 모집 광고 카피 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Copy> 상한가로 모십니다! 당신의 능력을 굿모닝증권에 상장하십시오
상한가 상장, 이런 단어는 증권장이 단어입니다. 물론 일반인도 다 아는 쉬운 말이지만 신문 한 귀퉁이에 이런 단어가 놓인다면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사람은 역시 증권장이었을 것입니다. 다음 예시는 요즘 의대 정원 문제로 시끌벅적한 의료광고 카피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醫' 무슨 한자일까요? 치료할 의, 의사라고 할 때 그 '의' 자입니다. 일반인들은 잘 안 쓰는 한자어라 어렵습니다. 그대로 베껴 쓰기도 쉽지 않은 꽤 어려운 한자입니다. 만약 광고에 이 복잡하게 생긴 한자가 헤드라인으로 등장한다면 가장 먼저 시선을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역시 의사나 의료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한 제약회사가 이 땅의 의사들을 응원하는 캠페인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 醫 자를 맨 앞에 내세워 '의사님들 제발 이 카피를 읽어주십시오'라는 말을 대신한 캠페인 슬로건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Copy> 醫견 있습니다. '意見'이 아니라 '醫見'입니다. 그들의 말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눈을 붙잡기 위해서입니다. 의로 시작하는 네글자로 된 말을 모조리 소환하여 시리즈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의자로 모두 '醫'로 바꾸었습니다.당시에도 지금처럼 의료수가 문제로 의사와 정부 간 대립하는 시기였나 봅니다. 의료수가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을 의미합니다. 서비스 정도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보험공단과 의사계가 협의해서 책정한다는 데 당시에도 만족스럽지 못해 시끌시끌했나 봅니다.
Copy> 醫 기소침. 동네 의원 의사들 기운이 쭉 빠져 있습니다. 혹시 의료수가 때문은 아닐까요. 질 높은 진료와 치료를 받으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의 고민을 치료해 줘야 합니다. 카피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헤드라인 부터 광고 문안까지 그들 속으로 잘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된 참 좋은 카피입니다. 나머지 시리즈는 센스있게 만든 헤드라인만 보여드리겠습니다. 醫욕상실, 醫미심장, 醫견통일, 醫사결정. 어떠신가요? 의사분들은 확실히 알아보실 것 같으시죠?
여러분도 이렇게 쓸수 있습니다. 그들의 단어로 센스 있게 말을 거십시오.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려면 그들의 단어로 그들의 언어로 말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서점에서 정철 선생님의 카피 책을 구매해 읽어보십시오. 다음 시간에는 굿바이 옥편에 대해 리뷰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피책 리뷰는 저자의 책 내용을 리뷰에 맞게 조금씩 편집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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