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잘쓰는 이야기_ 18. 카피는 한자어보다 우리말을 써라!
오늘이 벌써 카피좀쓰는비결 18번째시간. 이렇게 연필을 씁니다 마지막 시간이네요. 책의 서두에서 저자께서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카피라이터가 될 것도 아닌데. 이 책을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묻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란 말입니다. 하하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와도 같겠지요. 23년 차 나이 오십이 되면서 카피 쓰는 감각도 둔해지고 팍팍 튀던 아이디어 불꽃도 픽픽 시들해졌기에. 다시 한번 공부하는 마음으로 블로그 리뷰를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분명 좋은 카피 한 줄에 가슴이 뛰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마법 같은 책이니까요. 카피든 에세이든 연애편지든 사람을 마음을 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모든 글을 같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글로 사람 마음을 얻는 방법이라는 관점 하나만 붙들고 읽어봐 주십시오. 블로그는 짧지만 서점에 있는 카피 책은 깁니다. 앞으로도 쭈욱 잘 읽어봐 주시고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서점에서 정철의 카피 책을 꼭 구매해 읽어봐 주세요. 마음을 훔치는 짧은 글의 매력에 푹 빠지실 겁니다.
자 그럼 굿바이 옥편, 한자어는 북경반점으로 돌려 보내십시오를 리뷰해 보겠습니다.진가, 발휘, 진실, 보도 한자어와 우리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선택해 카피를 쓰시겠습니까? 당연히 우리말이겠지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쓰고 있나요? 그렇지 못할 때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영어나 이탈리아어라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한자어를 피해 가기는 어렵습니다. before> 진가를 발휘합니다.
자주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진가라는 말과 발휘라는 말은 모두 한자어입니다.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면 머리에 쥐 나지 않겠냐고 하 실태지요. 맞습니다. 이런 표현이 큰 흠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더 세련된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조금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after> 1. 제대로 합니다. 2. 힘이 되어 줍니다. 진가나 발휘를 쓰지 않고
우리말로 써 본 두 줄입니다. 물론 이것들이 진가와 발휘라는 표현과 100퍼센트 같은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뜻 전달에
크게 무리가 없다면 자꾸 이렇게 우리말로 표현 해가는 게 맞습니다.
before> 역부족이었다. 역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역부족이라는 한자어 쓰지 않고 우리말로 표현 할 수 있을까요?
after> 1. 모자랐다 2. 힘에 부쳤다. 한자어는 세련미가 조금 떨어집니다. 부드럽지도 않고 아무래도 고리타분한 느낌도
듭니다.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카피에 한자어가 자주 등장한다면 첨단이라는 이미지와 카피에 등장하는 단어가 괴리를 만들겠지요. 공무원 보고서나 법전에 박혀 있어야 할 (물론 그런 곳도 고쳐야 합니다) 딱딱하고 생경한 단어를 너무 자주 밖으로 들고 나오지 마십시오.
before> 한겨레는 진실 만을 보도합니다. 한겨레 신문 카피입니다.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실 보도를 많이 한다는 게 그들 주장입니다. 그 주장을 그대로 카피로 옮겼습니다. 카피 자체로도 임팩트도 없고 새로움도 없고 대단한 뉴스로
들리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그런 것 다 생각하지 말고 '진실'과 '보도' 한자어 두 개만 노려보십시오. 이 두 단어 쓰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불가능할까요? 이런 카피는 어떠신가요?
Copy> 한겨레는 씁니다. 신문이 하는 일은 쓰는 일입니다. 쓰는 일을 왜 합니까? 보도하기 위해,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쓰는 일이 곧 알리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쓰다'라는 우리말 동사로 '보도'라는 한자어 명사를 대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이라는 한자어도 버렸습니다. 써야 할 것을 쓰지 않는 신문이 너무 많으니 쓴다는 표현만으로도 진실에 눈감지
않는 결기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카피를 손 사람들은 씁니다 앞에 생략된 '진실'만을 이라는 목적어를 스스로
찾아 읽을 것입니다. 어떤 압력과 부담이 있어도 써야 할 것은 꼭 쓴다는 메시지, '진실'과 '보도'라는 한자어 쓰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한겨레는 진실만을 보도 합니다'라는 카피와 뜻은 같지만 편안함이 다르고 맛도 다르고 힘도 다릅니다. 무리와 과장도 없습니다. 그리고 뭘 쓰는지 궁금해서 시선을 광고 문안으로 가게 하는 카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카피는 이렇게 주어와 술어, 딱 두 단어로 쓴 카피일 것입니다. 나는 이 카피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슬로건을 쓴 적이 있습니다.
Copy> 성남은 읽습니다.
역시 주어와 술어 두 단어입니다. 성남시는 교육을 위해 이런저런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욕심, 버렸습니다.
'책 읽는 도시'라는 싱글 마인드 심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슬로건입니다. 독서 같은 한자어 쓰지 않았습니다. 이런 우리말 카피가 역시 맛도 힘도 더 좋습니다.
백화점에서 만난 카피들... 백화점에 간 일화를 쓰셨습니다. 10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는 백화점에 질질 끌려갔습니다. 처음부터 무엇을 사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좀 봐주세요' 외치는 화려한 상품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매장 곳곳에 붙은 벽보들이 저자의 눈을 잡았다고 하네요. 울긋불긋 손으로 쓴 글들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거기엔 한자어가 가득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before > 우천 관계로 당일 입점하시면 부재중입니다. 종료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완벽히 하겠습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느낌이 나는 백화점 벽보 문구들입니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단골이 되고
싶겠습니까? 대부분 고객은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쇼핑 한다고요.하하 우리는 카피라이터이다 보니 그리고 앞으로 되실
분들도 이런 거 신경 쓰셔야죠.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합니다.
after > 날씨 때문에, 오늘 들어오시면, 자리를 비웠습니다. 끝났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백화점은 재발 방지나 만전 같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한자어가 붙을 곳이 아닙니다. 가장 정중한 자세로 고객을 맞고 가장 겸손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고객에게 이해를 구하는 말이 붙어야 할 곳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당신이 쓴 카피에서 한자어 열개를 발견했다면 그 중 한 두개라도 우리말로 바꾸려고 애써달라고요. 그리고 본인도 제대로 못하는 일을 당부에게 미안하다고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은 후 카피를 쓸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왜냐구요. 카피라이터니까요. 더 세련되고 부드럽게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카피라이터이니까 그렇습니다.
일상에서 글을 쓰셔야 하는 분들은 이리 한번 노력해보십시오.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카피책 2번째 파트. 첫시간이자 카피작법 19번째 시간, 브랜드네임에서 아이디어를 찾으십시오를 리뷰해보겠습니다.
한자보다 한글이 더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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