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잘쓰는 이야기_ 23. 내위치를 알아야 메시지 전략이 나온다
일교차의 변화가 큰 요즘입니다. 봄은 원래 만물의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날씨의 변화도 큰 계절이기도 하죠. 그래서. 겨울보다 감기도 잘 걸리고.미세먼지와 황사도 있어.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쉬운 계절입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오늘은 카피 책 23항, 내 위치를 확인할 것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우리 머릿속엔 수많은 방이 있습니다. 고시원 방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두통 약방, 서점 방, 우유 방, 침대방, 스마트폰 방, 치킨 방, 피자방.우리가 아는 모든 제품군은 이렇게 자신만의 문패를 단 방을 갖고 있습니다. 방 하나하나는 대개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방 안엔 그 제품 관련 정보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보들은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게 아니지요. 가장 중요한 또는 가장 힘 있는 정보가 방 한가운데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나머지 정보들도 중요도 순으로 나름대로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피자 방을 들여다봅시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도미노피자가 한가운데 놓여있습니다. 사방 구석엔 미스터피자, 피자헛, 피자스쿨 등이 서로 견제하며 놓여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름 없는 몇몇 피자가 벽이나 천장에 겨우 달라붙어 있지만 그게 어떤 브랜드인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피자를 먹어볼까?' 생각하는 순간, 당신의 생각은 그 방으로 들어갑니다. 도미노피자가 가장 먼저 보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도미노피자에 전화합니다. '오늘은 기분도 안 좋은데 다른 걸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방을 둘러봅니다. 미스터피자나 피자헛이 보입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전화합니다. 천장이나 벽에 붙은 피자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이 피자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일단은 피자 방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 어느 한구석에라도 놓여야 단 1퍼센트라도 선택받을 기회가 생깁니다. 새로 나온 피자는 어떻게 하면
피자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건 도미노피자와 비교해 나는 이렇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리는 것입니다.
도미노피자보다 싸다. 도미노피자보다 양이 많다. 도미노피자보다 배달이 빠르다. 어차피 도미노피자 자리를 꿰차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도미노피자와 이런저런 차이가 있다고 말하면 최소한 정체는 분명해집니다. 정체가 분명하면 놓일 위치가 분명해집니다. 소비자도 방안에 그 브랜드를 정돈해 두기 쉽습니다. 넘버원과 비교해 나를 알리는 것. 그것이 그 방에 잠입하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은 배달의 민족에서 카테고리별 브랜드 행사를 많이 해서 동종업계를 넘어 카테고리별로 경쟁하는 시대라 위 예시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넘버원과 비교해 나를 알리는 것은 후발주자가 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은 틀림없습니다.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인가, 뒤따라가는 브랜드인가에 따라 취해야 할 캠페인은 달라집니다.
크리넥스라는 화장지를 봅시다. 크리넥스는 제품 광고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부드럽다. 위생적이다. 이런 얘기 하지 않습니다. 40년 가까이 유한킴벌리라는 회사 이름으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만 외칩니다. 그래도 소비자는 크리넥스를
찾습니다. 넘버원이기 때문입니다. 넘버원은 이렇게 제품을 벗어나 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해도 됩니다. 하지만 모나리자 화장지는 어떨까요? 크리넥스를 흉내 내 '우리 바다 푸르게 푸르게'라고 말한다면 소비자가 그 목소리에 귀를 열어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유한킴벌리의 두번째 캠페인줄 알고 가만히 있는 유한킴벌리만 더 좋은일 시킵니다.
모나리자는 '3미터 더 깁니다' 같은 캠페인을 해야 합니다. 3미터 더 길다는 카피 앞에 '크리넥스보다'라는 카피가 생략되어 있지만 소비자는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소비자는 화장지 관련 모든 정보를 일등 상표인 크리넥스와 비교해 정리 정돈해두기 때문입니다. 넘버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렇게 콕 찍어 얘기해야 화장 지방에 들어갈 수도 있고, 소비자도 이를 화장지방 어디에 위치시킬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넘버원은 넘버원만의 캠페인, 이인자, 삼 인자는 또 그들만의 캠페인이 있는 것입니다. 소주 이야기도 해봅시다.
소주는 각도마다 자도주라는 게 있습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라는 뜻이지요. 이 책을 썼을 때의 기준으로 광고주는 잎새주, 부산은 좋은데이, 자도주는 대부분 그 지방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그래서 소주 시장점유율을 따질 땐 서울, 경기 지역만 따로 떼서 비교합니다. '처음처럼' 이란 소주의 아버지 격인 소주가 '山'이라는 브랜드 소주입니다. 진로와 열심히 싸웠는데 힘에 부쳤습니다. 당시 서울, 경기 지역 진로 점유율은 9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이인자인 山은 5퍼센트에 불가했습니다. 넘버원과 이인자라지만 라이벌이라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이라면 이 두 브랜드가 취해야 할 캠페인도 당연히 달라져야 합니다. 山은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Copy> 山이 더 좋다. 물론 '진로보다'라는 네글자가 생략된 카피입니다. 이런 카피를 던지며 진로가 아니라 산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던져줘야 합니다. 그것이 부드러움이든, 가격이든, 용량이든, 그래야 소주방에서 자기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단 1퍼센트라도 진로 마시던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로는 '진로가 더 좋다'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쟁자 같지 않은 경쟁자와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소주가 더 좋다' 진로의 경쟁자는 어쩌면 山이 아니라 맥주, 막걸리, 와인일 수 있습니다. 진로는 오히려 그들과 싸워야
합니다. 소주 시장 전체 크기가 1퍼센트 커진다면 애쓰지 않아도 그 대부분은 진로 차지가 될 테니까요. 이렇게 넘버원과 이인자는 서로 다른 다리를 글 긁어야 시원합니다.
넘버원은 시장을 크게 보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 따라가는 브랜드는 넘버원에 자꾸 싸움을 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이런게 바로 카피 잘쓰는 비결입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쓸수 있습니다. 써야할 광고주 상표의 위치를 알고 어떻게 소비자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를 파악하여 전달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얘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더 궁금한 내용은 서점에서 카피책을 구매해서 정독해보시고요. 카피를 더 유연하게 쓰고 싶은 분들은 꼭 카피좀쓰는 비결을 읽어봐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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